소재가 고갈되어 가는 헐리우드 영화계는 제3세계와 아트 필름 감독들을 자본의 힘으로 끌어들이것을 시작으로, 오리엔탈리즘, 리메이크 등등에서 돌파구를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명실상부 '프리퀄'의 전성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워즈는 다스 베이더가 잘나가던 제다이 후기지수에서 왜 한순간에 씨꺼먼 하이바를 뒤집어쓴 악당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무려 3편의 프리퀄을 만들었고 엑소시스트 역시 프리퀄을 통해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지명도가 별로 없는 '불가사리' 란 영화도 시리즈의 4편에서 서부시대로 되돌아가는 '기원' 찾기를 시도했으며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 하는 '진저스냅' 역시 3편에서 끊덕지게 이어지는 자매의 악연을 과거지사에서 찾기위해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이런 조류에 맞추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코메디로 전락해버린 시리즈의 다음편을 또 만들기기가 두려웠던 것일까... 영원한 어둠속의 고독한 지배자 '배트맨' 도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감독을 내세워 안티 히어로의 젊은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우리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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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놀란 스타일''배트맨 비긴즈'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간 인간의 이중성과 내면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찰로 우리들에게 여러차례 충격을 안겨줬던 감독이다.
'배트맨 비긴즈'는 분명 매우 잘 만들져 있고, 나름대로 충실한 '배트맨 시리즈 기원 찾기' 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보기엔 부족함이 있다.
재벌 플레이 보이 브루스 웨인의 모습과 파괴적 복수심으로 방황하는 또라이 영웅 '배트맨'의 이중적 갈등은 충분히 납득할만큼 묘사되지 못했다.(잘못됐다는게 아니라 '부족' 했다는 뜻이다.)
또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 어린시절의 공포와 원죄에 대한 '심플한' 설명도 많은 부분 아쉬웠다. 그러나 아무리 감독의 재능이 뛰어나도 모든 관객들의 취향을 일일이 만족시킬수는 없는법. 이제 부터는 영화의 대단히 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코스튬만 잘 입어도 50%는 먹고 들어간다적어도 배트맨 비긴즈는 왜 그가 유치하게 귀가 뾰족 솟아있는 박쥐 가면과 불편스럽게 펄럭이는 망토차림으로 돌아다니는지 '타당성' 있는 설명을 해준다.
박쥐에 모티브를 둔 그의 의상은 결국 범죄자들에게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일종의 '설정' 이었던 것이다. 또 등뒤에서 펄럭이는 검은 망토는 단순히 '후까시'를 위한것이 아니라 유사시 휭~ 글라이더로 변신해 활강을 가능케 해주는 기능성 제품이었던 것이다.
만약 수퍼 히어로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비 기능적, 비 패션적인 옷을 입고 다닐까' 라는 의문을 가졌던 분들이라면 배트맨 비긴즈에서 속 시원하게 '아 그랬구나!!!' 라고 무릎을 치며 동의하게 될것이다.
주인공보다 더 유명한 조연진'배트맨 비긴즈'에서 가장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배우는 바로 주인공인 배트맨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 일 것이다.
그만큼 주변을 메꾸고 있는 조역들이 초호화판을 이루고 있다. 가장 반가운 얼굴은 왕년의 카리스마 대명사 '룻거 하우어'다. 말이 필요 없는 이 배우는 브루스 웨인의 회사를 통째로 꿀꺽 하려다가 속셈이 틀통나는 바람에 결국 명퇴 당하는 '얼 이사' 역을 맡았다. 정말 많이 늙었다.
게리 올드만은 틀림 없이 악당 역할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배트맨의 경찰쪽 끄나풀 역을 열연했다. 언제나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밋밋했던것도 사실.
톰 크루즈의 그녀로 알려지면서 비약적인 지명도의 상승을 이룩한 헐리우드의 신성 케이티 홈즈가 브루스의 어린시절 친구이자 강단있게 범죄에 맞서는 초짜 검사보로 등장한다.(개인적으로 이 여자 보다는 린제이 로한 같은 핫걸이 등장해줘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이 여자가 유일한 미녀다.)
이 밖에도 배트맨 장비 공급책인 루시어스 폭스 역의 모건 프리먼, 오비완의 스승이었다가 이번엔 배트맨의 스승으로 변쉰한 리암 니슨, 알프레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마이클 케인(간달프가 이 역을 했어도 어울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등 많은 반가운 얼굴들이 영화에 얼굴을 내민다.
프리퀄의 매력은 앞서에서도 언급했다 시피 '기원 찾기'의 재미를 주는데 있다. 그런면에서 '배트맨 비긴즈'는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비록 크리스토퍼 감독의 아우라가 확~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훌륭한 출발이라고 말하고 싶다.
출발이란 표현을 쓴것은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는 소식 때문이다. 감독과 크리스천 베일,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은 이미 속편 출연계약서에 사인을 끝마쳤다고 한다. 여주인공 케이티 홈즈는 나오지 않는다는 바람직한 선택을 했고 다음번의 적은 바로 '조커'다.
만화에서 영화로 튀어나온 주인공들이 늘 성공하지는 않는다. 처참하리 만큼 패배해서 다시는 스크린에 오를 기회를 갖지 못한 녀석들도 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배트맨 시리즈는 전작들이 가진 브랜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과제는 역시 새로운 배트맨의 역사를 얼마나 흥미 진진하게 그려내느냐... 라는 감독 고유의 임무만이 남은것이다. 내가 3번째로 좋아 하는 히어로 캐릭터, 배트맨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그래서 배트맨 비긴즈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90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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