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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참을 수 없는 찝찝함에 극장을 걸어 나오는 중간 중간에도 어깨를 움츠리며 돋아 오르는 소름을 떨치기 위해 애써야 했다. 개인적으로 괴수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 한다. 재앙처럼 인간을 휩쓰는 괴물들의 공격 속에 리더가 나타나고 뒤늦게 반응한 정부각료들이 어두컴컴한 상황실에 모여 섹시한 금발의 생물학자가 설명하는 괴물의 기원을 들으며, 대량파괴 무기 사용을 주장하는 군부의 과격파와 주인공파가 대립하는 따위의 전형적인 장르적 클리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미스트는 분명 괴수물에 가깝지만 장르적 문법들을 스스로 파괴한다. 영화가 계속되는 암전으로 장면을 전환하는 것은 고전적인 연극의 기법으로 괴수물 장르에 필요한 파도같이 몰아치는 편집과는 상치된다. 미스트가 장르적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은 곧 이 영화가 괴수물이 가지는 카타르시스를 전달하기에는 애당초 글러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스트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고, 군중에 대한 성찰이다. 절대적인 공포를 대면한 인간 무리 속에서 기존의 가치가 붕괴되고 영웅들이 출연하고 결국 세력 간의 투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고대로부터 발전되어온 사회의 형성과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의 괴수물 트렌드가 괴물이 아닌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미스트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들이 구성하는 이 세상을 마트라는 공간속에 재연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 세상에서는 꼭 영웅들이 승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영웅과 대립하는 안티영웅이 득세한다는 이분법적 논리도 진짜 리얼리즘은 아니다. 결국 살아 남는 건 어중이떠중이들이고 대중들이고 불특정다수의 우리들이다. 미스트의 결말은 섬뜩하리만큼 세상이 만들어내는 이런 불합리한 생존논리를 묘사한 결과다.
참고로 '블럭버스터'라는 포스터의 광고 문구는 믿지 말자. 170억원을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저예산이라 불러야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Into The Ziro Wod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