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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이란 소설이 있다. 동네의 무뢰배에게 완장을 채워주자 쥐꼬리만 한 권력에 도취되어 안하무인으로 폭주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다. 책은 안 읽어봤고 MBC 베스트극장에서 조형기 씨를 주연으로 찍은 드라마를 봤었는데, 극중 조형기씨가 노란색 싸구려 비닐 완장을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던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지적 수준이 낮은 자들일수록 도취가 빠르다. 이면에 숨은 본질을 넘겨다보지 못하기에 쉽게 조종당하고 농락당하며 이용당한다. 입바른 소리로 적당히 구슬러 주면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사냥개처럼 알아서 날뛰어주기 마련이다. 이런 종류의 인간들은 논리가 없기에 논리로 상대할 수도 없다. 같이 개가 될 수는 없으니 해답은 포기 하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생긴다.

이미 도취된 이들은 이겼다고 생각한다. 승리감은 도취상태를 환각 상태로 증폭시킨다. 파행을 언제까지 지켜볼 수는 없기에 결국엔 치료만이 해답이다. 그들을 미치게 만든 바이러스를 제거 하는 것이다. 완장을 떼버리는 거지.

소설 완장의 주인공은 사장에게 해고된 이후에도 자신을 휘감고 있는 천박한 권력욕에서 벗어나지 못해 저수지에 머문다. 팔에 더 이상 비닐 완장은 채워져 있지 않지만 그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횡포를 일삼는다.

이 소설이 비극적 결말로 끝맺지 않는 것은 의외다. 주인공은 어찌되었건 미망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도 현재 많은 사람들이 완장을 차고 있다. 노란 완장 대신 다른 것을 들고 있는게 다를뿐.  촛불이 가져다준 듯 보였던, 무소불위 일 것만 같았던, 자신들이 진짜로 정의라고 믿었던 그 거짓된 권력이 사라졌을 때 과연 '완장'의 주인공처럼 깨끗하게 털어내고 쿨하게 떠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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