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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에 대해 무지한가?

이 물음은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포스팅을 쓸 때 마다 뒤통수 한 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가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니 가끔이 아니라 아주 자주가 되겠는데, 온갖 현학적인 수식어와 학문적, 사상적, 계급적, 사회적 관점에서 영화를 갈가리 해체해 놓은 감상문을 보게 되는데 그야 말로 입이 떡~ 벌어질 따름이다.

2시간짜리 영화를 완성해 놓는 과정에서 과연 감독이나 작가들이 그토록 많은 함의들을 장면 마다, 네러티브의 흐름마다, 편집의 시퀸스 마다 담아 놓았을까? 라는 물음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중고딩때 시 한편을 배우면서 구절마나 단어 마다 빨간 줄을 그어가며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은유, 함의, 상징들을 외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요컨대, 꿈보다 해몽 같다는 것이다. 매트릭스를 예로 들어보자. 워쇼스키 형제들은 신비해 보이는 동양 사상에 기독교적 세계관을 버무려 코믹스의 외형을 입히고 근사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마무리해 매트릭스를 내놨다. 이건 그냥 퓨전 산채비빔밥 같은 거다. 고추장과 치즈를 섞어 놓으니 혀끝에 맴도는 생소한 맛에 놀라지만 이게 제법 맛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그냥 맛있는 거 뿐이다. 고추장에 치즈를 섞은 양념이 신기하긴 하지만 여기에 수천년 동서양의 음식문화를 고대 그리스 비극에 기인한 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하는 의지 따위는 없는 거다. 매트릭스를 놓고 부화뇌동해 침을 튀겨 가며 자의적인 과잉 해석을 쏟아 냈던 평론가들의 글을 워쇼스키 형제가 보고 과연 '음 역시 내 뜻을 잘 알고 있군'이라고 했을까?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산업이다. 생산->판매->소비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가진 아주 단순한 콘텐츠다. 따라서 영화는 소비되어 지기 위해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관객이 없고 관객이 없으면 영화를 지탱하는 산업구조의 마지막인 판매가 유지될 수 없다. 왕왕 혼자만의 편협한 사고를 관객에게 가르치기 위해 뒷짐 지고 회초리를 휘두르는 영화들을 비웃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난 과연 영화에 무지한가? 무지하다. 단순화시키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말초적인 질문에만 답을 하기 때문이다. 스피드레이서나 다크나이트 같은 영화를 보면서 도저히 도저히 도저히 심오한 철학적 의미들을 찾아 낼 수 없다. 난 그저 스피드 레이서는 왜 재미가 없고, 다크나이트는 왜 재미가 있는지를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꿈보다 해몽이 좋은류에 속하는 평론가들은 종종 나 같은 영화감상자들을 비웃는다. 무식하다는 거지. 난 이게 웃기다. 자신이 소화하지 못하는 현학적인 단어들을 버무려 그럴싸하게 잔뜩 힘을 준 평론들이 과연 진짜로 그 영화를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될까? 자신들조차도 소화하지 못해 내 뱉는 말들은 글이 아니라 결국 똥이다.

뭐 그래도 괜찮다. 난 다양성을 존중하니까. 그런 사람들의 평론도 나 같은 무식한 관객들의 평론도 가치는 있는 법이다. 다만 내가 그들에게 딴지를 안 걸 듯 나 한테도 딴지를 안걸면 되는거지. 휴가도 다 끝나가서 슬퍼지는데 메일 한통에 불끈해서 아침부터 끄적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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